영화 이야기

'가문의 영광: 리턴즈', 의미도 유머도 없이 부활 실패

무비스84 2023. 9. 2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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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리턴즈', 의미도 유머도 없이 부활 실패

'가문의 영광'이 여섯 번째 시리즈로 돌아왔습니다. MZ세대를 겨냥해 젊어져 돌아왔다고 자신했지만, 정작 이 발언을 한 배우는 MZ 세대와 거리가 먼 김수미, 탁재훈, 정준하다. 역시나 영화는 트렌디함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가 우연히 장씨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진경의 가족들이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두 사람의 결혼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1편에서 유능한 CEO였던 대서는 잘나가는 드라마 작가, 진경은 드라마 제작사 기획 팀장으로 설정이 바뀌었습니다. 바뀐 건 여기서 끝이다. 진경을 순종적인 성격에서 주체적인 성격으로 설정돼 요즘 젊은 세대들을 반영했다지만, 결혼으로부터 도망가려는 대서 앞에서나 큰 소리 칠뿐 가족 앞에서는 한 마디 하지 못합니다. 과거 반전 매력을 선사했던 진경과 2023년의 진경이 제대로 업그레이드 되지 못한 채 호환에 실패했습니다.

유라는 기존에 이미지를 내려놓고 한껏 망가졌지만, 눈을 부라린 채 유리컵을 씹어먹으며 뱉는 구수한 욕설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인열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유머 코드도, 성인지 감수성도 2002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상스러운 욕과 비속어가 날아다니고, 석재(탁재훈 분)의 직원 종면(정준하 분)과 종칠(고윤 분)은 그야말로 바보들의 행진이었습니다. 종면은 텔레그램과 텔레토비를 착각해 온갖 유식한 척을 하다 들통나고, 석재는 "그게 재밌냐"라고 되물으며 혼을 냈습니다. 유일하게 영화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대사였습니다.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는 이유로 결혼시키려는 이야기가 현재 젊은이들에게 과연 통할 것이라고 기획한 걸까요.

촌스러운 설정 아래 개그 코드를 욱여넣은 영화 안에서 윤현민만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어 영화 후반에는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 측은 일찌감치 작품성을 기대하지 말라고 선언했습니다. 정태원 감독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나와야 시장이 커진다며 존재의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관객을 향한 일말의 성의도 보이지 않는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과거의 영광에 취한 졸작입니다. 21일 개봉. 러닝타임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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